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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에스테틱] 노낙경 원장, 메디컬에스테틱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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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강의를 몇 개나 했냐고 하자, 노낙경 원장은 기억은 안 나지만 세어보겠다며, 바탕화면의 강의 폴더를 열었다. 모든 강의 PPT가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개원 하고 난 후부터 강연한 모든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울대 의대를 입학해서 의학 공부 대신, 록 음악에 심취했다. 당시 록 음악 마니아들에게 성지 같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 고정 게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고우석 원장이 아끼는 후배인 노낙경 원장은 그런 사람이다. 


 

고우석: 아까 얘기하던 강의 쪽으로 돌아와서 아마 모를 수도 있는데 강의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했을까요?


노낙경: 2022년 말까지 해서 453개 했네요. 올해까지 합하연 거기서 한 20개 늘었겠네요.


고우석: 453개 플러스 20개 정도를 한 건데 그러면 2005년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할까요? 


노낙경: 개원가 나오기 직전 군의관 3년차 때 피부과학회에서 했던 게 첫 번째 강의인데, 그게 2007년이죠.


고우석: 그러면 만으로 16년에, 450개니까 대충 이렇게 자르고 줄여도 한 달에 두 번 내지 세 번이니까 일주일에 한 번이나 2주일에 한 번씩은 본인 이름 걸고 강의한 거고, 패널로 참가하여 디스커션하고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매주 한 번씩은 했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래서 그 다음 질문으로 노낙경선생님은 강의를 잘하는 걸로 가장 알려진 연자 중에 한 분인데, 강의를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후배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 같은 게 있다면?


노낙경: 제가 강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사실은 강의의 스킬은 엄청 떨어지죠. 말할 때 ‘음..음..’ 이런 것도 있고, 톤도 그렇게 적당하지 않고, 시간도 잘 못 지키기도 하죠. 그래도 어떤 장비가 새로 나와서 강의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준 슬라이드 보고 강의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강의를 들으면 되게 짜증 나더라고요.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의사가 와서 내용도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회사에서 강의하는 사람들은 다 그 슬라이드 쓰고 있다는 걸 아니까, 나중에 사기 당했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저는 일단 회사에서 준 자료를 참고는 하지만 언제나 2차적으로 다시 재해석하고 재가공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은 뷰 포인트를 꼭 가져가는 것 같아요. 강의가 아니고 발표잖아요. 근데 그걸 좀 일찍 시작한 편이잖아요. 페이닥터 1년 차 때부터 했으니까요.


고우석: 새로운 내용을 개발한다고 그러면 못 해도 일주일은 꼬박 거기에 정신적으로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재탕을 하면 그게 1~2시간으로 확 주니까 훨씬 편해지죠. 


노낙경: 굳이 얘기하자면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는 장비들이 있잖아요. 회사에 자료 요청하면 거기도 없는 경우 있잖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어떻게든 사람들한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백그라운드등을 전달하기 위해서 없는 것에서 상상도 하고, 찾아도 보고, 간접적으로 인용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저도 도움이 많이 되고, 즐겁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제 강의를 들으면 뭔가 좀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Eravity같은 경우 대표적으로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거든요. 효과가 있는 건 알겠는데 아직 강의를 한 적 없지만 강의를 해야 한다고 하면 어차피 똑같은 1064nm 제네시스 같은 건 아닌가 정도 밖에 얘기를 할 수 없는 거지만, 어떻게 그렇게 피부 겉에 화상을 안 입히면서 deep tissue heating을 시키는 거잖아요. 그냥 레이저 토닝 하듯이 제네시스를 쏘는 건데 웬만해서는 피부에 burn이나 이런 게 생길 일이 거의 없거든요. 오늘 이래비티가 주제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 현상학적으로 그렇게 나타나고 실제로도 즉각적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효과가 나오는 것까지는 내가 확인은 했고, 잘 모르겠는데 이게 하여튼 됩니다’라는 강의에 제가 맞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제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순간 ‘완전 깬다, 노낙경도 이제 맛 갔구나. 저런 얘기하는구나.’ 그렇게 될 게 뻔하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 건가, 굉장히 low fluence, 40Hz로 엄청나게 빠르게 쏘면 혹시 단계적으로 들어가다가 bone이라든지 이런 데에 막혀서 더이상 침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superficial 쪽에서는 low fluence의 영역이지만 deep tissue에서는 안에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는 곳에서 heat이 accumulation 될 가능성은 없는가? 그러면 통증 쪽 논문을 찾아봐야겠구나. 피부과 논문은 아무리 뒤져도 없을 게 뻔하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거든요.


고우석: 그게 heat conductivity의 차이와 사실 쿨링을 안 한다고 해도 skin surface는 에어 쿨링이 되고 있는 거고, original temperature가 epidermis 표면하고 이미 low dermis나 subcutaneous는 start temperature도 다르고, 그런 게 영향을 끼쳐서 결국 짧게 multi pulse의 끝판왕을 달린 거니까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깊은 쪽에서 heat accumulation이 일어날 텐데, 그냥 그렇게 생각해서 김종구 원장님이 시술을 해버린 거예요. 근데 생각한 게 맞아떨어진 거죠.


노낙경: 저는 어떤 크리티컬한 팁을 가르쳐주는 강사로서는 꽝이거든요. 오히려 제가 쓰는 파라미터는 독특한 파라미터가 별로 없어요. 레이저 한정으로 봤을 때는 가급적이면 회사에서 준 가이드라인대로 하고 거기에서 조금 올려보거나 하는 정도로 쓰는 정도지 굉장히 innovative 하게 쓰지는 않아요. 다만 사용할 때 잘 모르겠는데 하면 되는 그렇게는 시술할 수가 없거든요. 나는 잘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늘 하면서 레이저 토닝을 하게 되면 어떤 부분은 스킵하고 어떤 부분은 많이 하고 이런 게 생기듯이 그런 부분인 것 같고, 필러나 이런 쪽 강의도 보면 뻔하게 하는 게 재밌지는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고우석: 제3자가 옆에서 보기에 강의를 일단 많이 한 것이 원인인지, 잘해서 많이 하게 된 건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지만, 슬라이드 구성이 일단 남달라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주는 걸 받아서 이쁜 슬라이드를 강의하는 사람은 많은데 자기가 만든 내용을 보기 좋게 만들어서 발표하는 사람은 극소수니까요.


노낙경: 제 성격이 약간 ADHD 기질도 있어서 하나의 슬라이드에 파워포인트 색 팔레트 있잖아요. 거기서 벗어나는 형광색 같은 게 갑자기 뜬금없이 나온다든지 제목에서는 세리프를 썼는데 본문에서는 산세리프를 쓴다든지, 이러면 또 엄청 답답하거든요. 통일성이 깨지는 게 되게 싫어해요. 그러니까 남의 슬라이드를 받아서 인용하더라도 그림은 따로 하고 거기다 캡션은 따로 붙이고 그런 거를 하는 게 좀 있죠.


고우석: 전체 슬라이드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 준비하는데도 추가 시간이 꽤 들어가죠. 사실 그걸 몇 번 하긴 하지만 모든 강의에 다 에너지를 투자하는 연자는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저는 한 다섯 번 하면 한 번쯤 그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자기합리화를 어떻게 하냐면 ‘준비를 여러 번에 걸쳐서 심도 있게 하는 바람에 폰트가 바뀌었다’ 이렇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거죠.


노낙경: 학생 때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은 잘 못 봤어요. 성적이 잘 안 나왔던 이유가 시험에 안 나올 것은 그냥 제껴야 하는데 정리를 해야 해서, 시험 보기 직전까지도 외우지 않고 정리표를 만들어서 성적이 안 나오고 그랬죠. 성격이에요 성격.


고우석: 노 원장님은 정리를 잘하니까 강의를 잘하는게 아닐까요. 여러명이 모여서 회의하고 다른 사람한테 회의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 애매한 것은 노 원장님한테 정리해 달라고 할 때가 많아요. 카톡에 올리기만 하고 요점 정리를 안 하면 누구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노원장님이 총대를 매고 정리해서 이런 얘기 했었지 하는 것을 리마인드시켜 주는데, 결국 이런 과정이 강의 잘하는 것하고 연결된다고 봐요.


노낙경: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이죠. 지금은 더 할 텐데 그때도 우리 학교 사람들은 다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 200명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니까 번뜩이는 천재성과 이런 걸로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을 진작에 깨닫고, 나는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고우석: 강의에 대한 질문 마지막인데 본인이 한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 들은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 생각하면 많겠지만 그냥 하나씩 뽑는다고 하면 어떤 강의인가요?


노낙경: 제가 한 것 중에서는 꽤 오래된 얘기긴 한데 리쥬란 맨 첫 번째 강의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리쥬란도 지금은 뭐 아데노신, AT1A receptor에 salvage pathway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모두 다 그 얘기를 하는데, 그때 진짜 아무것도 없었을 때였기 때문에 PubMed를 켜놓고 sodium DNA 내지는 PDRN 그거하고 연관된 것들을 1950년대 것부터 그 키워드가 들어간 논문을 다 봤어요. 진짜 미친듯이 했어요. 지금도 폴더가 그렇게 돼 있어요. PDRN 리쥬란 학술 자료 폴더를 보면 1950년 이렇게 돼 있거든요. 지금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맡아서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줄 자료가 없는 거예요. 연어 그림 뭐 이런 것밖에 없는 거예요. 첫 번째 강의를 사실 학회에서 데뷔한 게 아니고 친한 의사 그룹들이 있잖아요. 이런 쪽에 미용 관련 그룹들 앞에서 1시간을 했죠. 스스로도 전혀 정리가 안 돼 있는 강의였는데, 하면서 느낀 게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워낙 처음이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콘텐츠를 다뤄야 하니까 강의해서 전달한다는 건 내가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었죠. 많이 알수록 좋긴 한데 단순히 인풋만 많이 넣었을 때는 좋은 강의가 안 나오는구나. 그래서 지금은 리쥬란 강의를 하라고 하면 슬라이드 10장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거든요. 강의를 같은 토픽으로 여러 번 해야 점점 강의의 퀄리티가 좋아지고, 오히려 슬라이드 장수는 줄어드는구나 깨달았어요. 그리고 감명을 받았던 강의는 젊으신 분들이 전혀 모르실 텐데 미국에 닥터 브렌트라고 있습니다. 보톡스 아주 초기 멤버거든요. 2003년 레지던트 4년 차 때 AAD를 갔는데 그분이 보톡스 강의를 하시더라고요. 다들 슬라이드 파란색 배경에 노란색 글씨로 해서 티피컬한 것만 보는데, 그분의 슬라이드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탬플릿을 갖고 하더라고요. 내용도 좋았지만 강의하는 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사의 성격이 어떤지 이런 것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성격, 말하는 말투, 깔끔하면서도 굉장히 아티스틱한 그런 난잡하지 않은 슬라이드를 보니 그 사람에 대한 규정이 어느 정도 되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멋있는 내용을 얘기하는데 슬라이드는 알아보기가 힘들고 덕지덕지 붙여놓은 걸 보면 연구실 모습이 어떨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강의를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하려고 한다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내 슬라이드가 애니메이션이 화려하고 멋있고 그런 건 없더라도 이건 노낙경의 슬라이드 탬플릿인데 그런 느낌 들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고우석: 강의 잘하려면 슬라이드를 잘 만들어야 하는 건 맞는 말이죠. 그리고 또 의뢰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그런 잘 만든 슬라이드를 보면 또 의뢰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게 있으니까요. 슬라이드 만들어줘야 하는 의사하고 본인이 더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드를 만드는 의사하고는 회사가 생각하기에 레벨이 다른 거니까요.


노낙경: 그리고 강의 콘텐츠로 봤을 때 되게 기억에 남는 강의는 한 7~8년 된 것 같은데 시카고에 스티브 다이언이라고 성형외과 의사가 있거든요. 그분이 우연히 태국에 초빙받아서 강의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용이 그런 거였어요. ‘매력적이라는 게 무엇이냐’ 토픽은 되게 뻔한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단순히 유니버셜 뷰티가 어쩌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개량적인 방식을 쓰기도 하면서 본인만의 생각이 있고 그래서 그것도 굉장히 감명이 깊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스티브 다이안이 쓴 논문은 PubMed 알림 받아서 항상 보거든요. 지금도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를 들어 시력도 안 좋아지고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을 보면 어떤 식으로 매력을 인지하느냐 이런 부분들 그런 것에 관심이 많거든요. 좋든 싫든 미용을 위주로 해서 진료하는 의사가 많아진 상황에서는 단순히 그냥 봤을 때 예쁘다, 피부가 좋다, 나쁘다, 코가 높다, 낮다 이런 걸 보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소사이어티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그룹과 시대와 심지어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계절적인 요소까지도 심리적인 부분을 감안해서 환자를 평가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점점 하게 되죠. 그런 게 기억에 남네요.


· Adviser: 리더스피부과 청담도산대로점 노낙경 원장

· Source: 메디컬에스테틱 https://www.medicalaesthetic.co.kr/web/contents/contents-detail-view?newsId=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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